최성빈 / 사랑하는 어머님께


Illusion - 사랑하는 어머님께 [1995.12]
최성빈 / 사랑하는 어머님께

어머님 죄송합니다. 

이 글을 읽으실 때쯤 전 그녀와 함께
멀리 떠나있을 꺼예요.

사랑하는 어머니와 그녀를 사이에 두고
많이 고민했지만 저의 현실은
그녀를 버릴 수 없어요

어머님께서 가르쳐 주신 사랑을
그녀에게서 배웠으니까요

저 몰래 어머님이 그녀를 만나
심한 말 하신 걸 알고 그녀에게 갔었죠

조그만 자취방에 그녀는 고열로 의식을 잃은 채
하염없이 울고 있었죠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뛰면서
전 정말 죽고 싶었죠

이제껏 무책임한 저의 행동은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기에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를 이렇게 만든 건
모두 나의 잘못이야 용서해

너의 몸이 낫는 대로 우리 멀리 떠나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겐 저밖에 없는데
그녈 버릴 수는 없어요

언젠가 우리 모두가 다시 볼 수 있는 날까지
건강하시기를

저희는 지금 기차 안에 있어요
떠나기 전에 우리는 그녀가 다니는 성당에서
조촐한 결혼식도 올렸어요
그리고 신부님 앞에서 그녀와 전 눈물로 약속했죠
후회하지 않겠다고
저는 그녀를 사랑해요

그녀를 업고 병원으로 뛰면서
전 정말 죽고 싶었죠

이제껏 무책임한 저의 행동은
순결했던 그녀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기에
난 없기에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를 이렇게 만든 건
모두 나의 잘못이야 용서해

너의 몸이 낫는 대로 우리 멀리 떠나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겐 저밖에 없는데
그녈 버릴 수는 없어요

언젠가 우리 모두가 다시 볼 수 있는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