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NC 제압… 선두 다툼 가열
프로야구 LG 김기태 감독(44)은 말문을 열려다가 멈추고 가슴에 손을 댔다. 그의 시선은 잠깐 야구장 하늘을 향했다. 그러고는 말을 이었다
“감회가 새롭네요. 막상 이렇게 되니…. 참 오래 걸렸습니다.”
김 감독은 22일 LG가 마산에서 NC를 6-1로 꺾고 11년 만에 4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담담한 표정이었다. 9회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은 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코칭스태프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했다. 그라운드로 나가 승리를 거둔 선수들을 맞이할 때도 평소처럼 둘째 손가락을 펴보일 뿐이었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뒤 마법에라도 걸린 듯 4강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았다. 4강 확정은 그야말로 학수고대했던 일이다.
감독만 차분한 것이 아니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처럼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뒤 서둘러 짐을 챙겨 서울로 떠날 준비를 했다.
김 감독은 팀이 4강 진출을 확정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후 “진짜인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같은 시간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롯데-넥센전의 경기 내용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뒤늦게 소감으로 “축하한다”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보다는 선수들과 팬들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선수들도 축하하고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들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팬들과의 약속을 지켜서 기쁘고 영광스럽습니다. 선수들이 고생했습니다.”
모두가 바라던 소원을 이뤘지만 막상 이루고나니 큰 감정이 와닿지 않았다. 더 높은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그는 “이왕 4강을 달성했으니 감독인 나부터 코칭스태프와 한마음으로 팬들이 원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선수들도 김 감독과 같은 마음이었다. 박용택은 “해보니까 진짜 별거 없네”라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올시즌 치렀던 경기들을 돌이켜본 박용택은 “투수, 야수 그리고 코칭스태프가 서로 믿어주는 모습이 예년과 다르게 이상적으로 잘 돌아간 것 같다”고 했다.
약속했던 눈물은 잠시 미뤘다. 앞서 박용택은 가을잔치 진출이 확정되면 눈물을 흘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용택은 “더 높은 곳이 있으니까 더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진영도 “4강이 아니라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 남은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겠다.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1차 목표는 달성했으니 더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팀의 마무리 투수 봉중근도 “아직 만족할 때가 아니다. 선수들이 긴장 풀지 않고 남은 경기 잘하겠다. 팬들에게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돌아가는 구단 버스에 몸을 실었다.
대전에서는 SK가 2회 1사 1·3루 때 김성현의 결승타로 선제점을 뽑은 뒤 박재상의 2타점 적시타를 보태 한화를 3-2로 꺾었다. 한화는 이대수의 2타점으로 추격했으나 1점 차를 뒤집지 못했다. 한화는 38승1무79패로 2년 연속 최하위와 프로야구 최초의 ‘9위’ 최하위를 확정했다.
잠실에서는 두산이 3점홈런을 포함해 4타수 4안타 5타점을 올린 김재호의 활약을 앞세워 KIA에 11-3으로 이기고 KIA전 9연승을 이어갔다. 목동에서는 넥센이 롯데를 4-3으로 꺾었다. 3-3으로 맞선 9회말 2사 2루에서 롯데 투수 정대현의 실책 때 넥센 2루 주자 이택근이 홈을 밟아 승리를 낚았다.
<마산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정말 축하합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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